낚시터에서 - 5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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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터에서(5)


"명옥아, 지금 몇시나 됐니?"

"새벽 두시에요. 벌써 네시간째 잠자면서 울었어요."

"그래, 네가 나 때문에 밤 늦게까지 고생많았다.

어서 집에 가자."

"네, 아저씨 이젠 울지말아요.

아저씨가 왜 우는지는 모르지만 저도 가슴이 저려와요."


빗속에 서툰 운전솜씨로 애를 쓰며 집 앞에 데려다준 명옥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그녀가 멀리 골목을 돌아나가는 모습을 보고서야 집에 들어가 잠을 청했다.


"행님, 어제 무슨일 있었제."

"무슨?"

"행님 취해 쓰러지길래 명옥이 고년이 후딱 행님을 차에 태워버리더라구요."

"니가 부축해줬니?"

"나도 걱정되서 행님 집 가는거 보고 갈라고 타려했더니 앙칼지게 거절하더만."

"하하, 아직 너를 잘 몰라서 그랬나보다."

"아니예, 행님 대하는게 수상쩍더만."

"그래보였니?"

"행님예, 나중 큰일 할라믄 여자문제 분명히 해야하는거 아시죠?"

"명옥인 불쌍한 애다.

그런애 가지고 복잡한 상상일랑 하지마라.

걱정되면 네가 잘 좀 챙겨주고."

"알써예, 행님 증말 괜찮은기죠?"

"응~, 신경끊어두 된다."


아쉬운 이별이 어제 있었나 보다.

못내 아쉬워 나를 찾았나 보다.

마음속에 묻어두었던 의구심이 이제야 풀렸나 보다.

밝은 미소가 얼굴 가득이 번지는 탁이의 모습을 보며 쓴 웃음이 절로 나온다.


"탁아, 그렇게 걱정되면 어제 생일잔치좀 푸짐하게 해주지 그랬니?"

"예쁜 것이 맘에 쏙 들더라구예.

아끼는 맘에 피자집을 찾았지예.

팅팅거리는 것이 어찌나 귀엽던지 행님덕에 동생 생겨서 신나 죽겠습니더."


"그래, 남자와 여자가 만나는 것은 좋은 일이잖니?

기회가 되면 자꾸 다독거려서 아픈 맘 덜어줘라.

네가 오빠 몫 단단히 하면 나중에 복받는다."


"근데, 고거 증말 예쁘데..."


모닝커피를 마시며 어제일을 가볍게 되묻는 의도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나는 시원한 답변을 통해 그의 마음에 자리잡을 애욕의 덩어리를 치워버리려고 노력한다.


"탁아, 약간의 문제가 생길 것 같아."

"뭐예."

"응, 시제품 생산까지 소요될 자금 마련이 안되니 이를 어쩌지?"

"뭔 돈이 든다고 그래요?"

"응, 개발비야 로봇프로젝트에서 전용한다 치더라도 테스트용 부품이랑 실험용 PCB를 몇십번 만들어봐야 하는데 거기 쓸 돈이 꽤 필요하잖니.

그걸 구해보려고 어제 사람 만났다가 비참한 마음에 휘청 거리구 말았다."

"행님요, 그냥 부딪혀 봅시더."

"그래, 회로설계부터 시작하면 아직 돈이 투입될 단계까지는 두어달 걸리니까 그 사이에 무슨 수를 써보자."

"나두 함 볼께예."


오늘부터 각자에게 주어진 새로운 임무를 위해 동분서주 하는 직원들의 활기찬 모습에 시련은 피할 것이 아니라 이겨야 할 대상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뿌듯하다.


"따르릉~"

핸드폰이 울린다.

"어, 웬일?"

"벌써 약속 잊었어요?

내가 출퇴근시간에 기사해 준다고 했는데, 어젠 전화 안받더군요."

"아, 어젠 술에 취해 나가 떨어졌었어요.

우리 탁이가 차에 태워 어찌 보냈나 본데 깨어보니 아침이더군요.

미안~"

"흥, 벌써부터 약속을 씹고 살아요.

오늘 저녁엔 술에 취하든 말든 기다릴테니 전화해요."

"알았어요. 나중에 봅시다."


정신을 차려보니 그저께 기사해 주겠다던 말을 거절하지 못했던 불찰이 생각난다.

명옥이야 쉽게 돌려보낸다지만 숙이가 기사를 한다면 나를 통제하기 어렵게 된다.

어쩌면 윤교수에게 느낀 배신감을 숙이를 통해 자금 조달을 받아야 할지도 모른다.


"어, 김박사."

"네, 사장님."

"개발실 직원들 사기가 충천해있던데 무슨 좋은일 있나?"

"아뇨, 비가 그치니까 기분이 좋아졌나보네요."

"글세, 분위기가 예전과는 영 딴판인데..."

"좋은 현상이겠죠.

직원들 사기가 회사를 살리는 기본 아니겠어요?"

"그렇지.

직원들이 사기 충천하면 그 회사는 재벌되지."

"축하합니다. 사장님

드디어 재벌 반열에 오를 낌새가 보이니..."

"그래, 영업팀 직원들 사기가 충천하더니 이젠 개발실직원들 사기까지 충천해요.

이런날 전체 직원 회식 한번 할까?"

"좋죠..."


"알았어. 저녁에 고기나 먹자고."


영업쪽에 숨통이 터져서 인지 사장님의 안색이 밝다.

"이봐, 김박사~

당신이 기안한 영업전략이 딱딱 맞아 떨어져서 실적이 제법 되네."

"다행이군요."

"응, 영업부장놈 생각만 하면 미워 죽겠더니 요듬은 예뻐 보이네."

"사장님, 글은 움직이지 않습니다.

영업기획을 아무리 잘 해놨더라도 직원들이 움직여 주지 않으면 소용없는 일이죠.

이번 성과는 영업부장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얻은 결과라는 것을 분명히 아셔야 해요.

그 결과에 대해 칭찬도 아끼지 마셔야만 더 신명나게 뜁니다."

"그래, 자네 말이 맞네.

내 오늘 저녁 회식때 영업팀 직원들 칭찬을 아끼지 않겠네.

하지만 자네 공이 일등인건 알겠지?"

"하하, 잊어 버리세요.

전 개발하기도 바빠 죽겠습니다."

"그래, 기간좀 단축해주게."


사장은 저녁 회식을 약속하며 아쉬운 한 마디를 빼지않고 휙 스쳐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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